<서론>
가상현실이란?
흔히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사이버 공간(cyberspace)에서 체험되는 현실을 가리킨다. 그래서 사이버 공간을 가상공간(virtual space)이라고도 부른다. 사이버 공간이란 컴퓨터 테크놀로지에 연관되어 사람들이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상현실이 실현되는 공간이 가상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가상현실이 체험되는 상징적인 공간이 꼭 사이버 공간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흔히 사이버 공간은 컴퓨터가 매개체 역할을 하여 만들어진 환경을 의미하는데 가상현실은 컴퓨터를 매개체로 하지 않고도 여러 방법으로 구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가상현실을 사이버공간인 인터넷을 통한 체험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상현실이 정확히 무엇이고, 현대사회에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가상현실이란 특수한 안경과 장갑을 사용하여 인간의 시각, 청각 등 감각을 통하여 컴퓨터 뿐만아니라 다양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내부에서 가능한 것을 현실인 것처럼 유사 체험하게 하는 UI(User Interface) 기술로서 군사, 오락, 의료, 학습, 영화, 건축설계,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최근 약 천만원대의 고가의 HMD(Head Mountied Display)의 가격이 매우 저렴해지고, 보급화 되면서 많은 사용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되었고, 그에따라 5년후인 2020년에는 약 180조원 가량의 시장이 형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가상현실을 통해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I-max영화, 자동차 운전연습, 스크린 골프등이 있고, 군사기술로는 낙하산 시뮬레이션, 비행기 조종, 격추에 많이 사용되고, 의료업계에서는 질병이 치유되는 과정을 반복해 학습하게 되면 그 정보가 집합무의식에 전달되어 실제치료가 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교육분야의 가상학교설립, 지진 체험과 같은 현실감있는 수업으로 학생들의 흥미와 학습효과를 상승시킬 수 있고, 각 나라들의 주요 관광명소들을 직접 가보지 않고 집에서 체험할 수 있는 여행산업 등의 다양한 기술들이 있고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미래의 세상이, 혹은 그 세상을 뛰어넘는 기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어 가장 기대되는 신기술 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본론>
VR이 인문학에 미치는 영향에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VR중 인간의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예로 세컨드라이프 라는 가상현실 게임을 들 수 있다.
세컨드라이프는 2003년 출시되어 2006년 이후 미국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했었던 인터넷 기반의 가상세계다. 3차원의 가상의 공간에서 오프라인의 자아를 대신하는 아바타를 이용해 대리체험과 대리만족을 유발시키는 사용자 참여형 인터넷 가상공간 커뮤니티 서비스를 말한다. 세컨드라이프를 통해 사용자들은 자신을 형상화하는 아바타를 통해 마치 현실처럼 꾸며진 집, 거리 등의 가상환경을 오갈 수 있으며, 또한 가상의 공간에서 스스로 가상의 물건을 생산하고 다른 아바타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대인간 관계형성을 하기도한다. 말 그대로 한 개인이 현실의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제2의 삶
을 살도록 하는 공간인 것이다.
세컨드라이프에서는 가상의 화폐인 ‘Linden Dollar’에 기반을 둔 가상경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세컨드라이프 내의 환전소를 통해 실제 화폐와 교환한 달러를 이용하여 자신들이 디자인한 물건을 사고, 팔거나 집을 짓고, 공연을 관람하고 강의를듣는 등 소비생활을 누린다. 또한 이용자들은 각자의 아바타를 이용하여 세컨드라이프에서 커뮤니티, 커머스, 마케팅, 교육, 게임 등을 영위할 수 있으며, 현실과 유사한 가상 활동이 가능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고려대학교를 비롯한 많은 대학이 세컨드라이프속에서 출석인정과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였고, 현재는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외국의 많은 대학들도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대기업인 삼성, LG, 도요타, 델, IBM사 등은 세컨드라이프에 매장과 사무실을 열어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등 가상세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일부 다른 기업들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이나 평가를 수렴하는 목적으로도 활용하고도 있다. 결과적으로 세컨드 라이프는 일반적인 게임이 갖는 오락성을 넘어서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한 놀이, 학습, 경제활동 및 다양한 인간 활동 등이 가능한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가상의 삶을 지향하는 공간의 의미를 갖게된 것이다.
가상현실세계에서의 자아정체성은 어떨까? 두가지 의견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온라인정체성은 오프라인의 정체성과는 다른 개념으로 독립적으로 형성된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예로 터클(Turkle, 1995)은 오프라인 공간과 온라인 공간을 별개로 존재하는 병렬의 창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상세계에서 사람들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고 있는 사회적 욕구 혹은 이상을 실현하려 하며, 오프라인의 자아정체성과는 또 다른 유형의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실에서 소극적이고 우유부단한 사람이 가상세계에서는 적극적이고 대담하게 행동할 수 있으며, 가상세계는 오프라인과는 달리 탈 육체의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자신의 모습을 자유롭게 합성, 복제, 수정할 수 있는 특징을 묘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물리적 제약 없이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자신의 모습을 변형시킬 수 있다. 이렇듯 가상세계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정체성은 성장을 통해 끊임없이 형성되어 온 오프라인의 자아와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의견은 오프라인의 자아의 반영 혹은 연속선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예로 조단(Jordan, 2000)은 오프라인 정체성은 온라인 정체성과 탄력적으로 연결되어 오프라인의 정체성은 유동적인 온라인 정체성과 늘 교섭 작용을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바타는 가상공간에서 사용자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각적 이미지로 사용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그래픽 아이콘 혹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이다. 가상세계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데 이용하는 아바타는 오프라인의 나를 대신하는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현실세계와 동일하진 않지만, 가상세계 안에서도 각자가 선호하는 음악을 듣고, 춤을 추며, 쇼핑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가상세계의 각자의 자아는 오프라인의자아를 밑바탕으로 삼는다고 볼 수 있다. 정체성이라는 것은 주어진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기에 가상세계의 자아 정체성이란 탈 시공간성과 탈 육체성을 바탕으로 더욱 자유로운 변화를 시도하지만, 그 뿌리는 오프라인의 자아정체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인 나의 의견은 조단의 생각과 동일하다.
가상공간에서의 내 캐릭터는 결국 현실세계에서 내가 조종하고 있는 것이고, 가상현실세계에서도 현실세계와 비슷한 일을 하게되면 현실에서 생각하고, 체험했던 경험에 의해서 가상현실에서 행동할 것이다. 또한, 가상현실에서 억만장자가 되어있거나 월드클래스급의 축구선수가 되는것과 같이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경우 꿈에서 상상하고 즐겨왔던 일을, 혹은 상상하지 못하였더라도 현실속의 내가 흥미를 가지고 재미있어하는 행동을 할것이다.
간혹, 게임에서 일탈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때도 있다. 머리스타일을 바꿔보기도하고, 평소 나라면 하지않았던 행동들을 하기도 하지만, 일탈은 잠시일 뿐이다. 내가 선호하는 행동이 아니고, 그 일을 꺼려하게 되면 가상공간에서의 일탈이 쉽게 질리게되고, 자연적으로 내 캐릭터도 현실에서의 나의 생각대로 바뀌게 된다.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 모두가 현실공간을 구성한다는 의미에서도 가상세계의 자아 정체성과 오프라인 자아 정체성을 분명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정체성이 비록 다를 수도 있지만 오프라인 공간의 정체성처럼 실재인듯한 대인관계, 상호작용 그리고 사회적 가치 등을 표현할 수도 있다. 이런관점에서 보면 아바타는 대리자아로서 사용자의 능동적 자아를 표현하고 가상공간과 실제 현실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기능하고 있으며 사이버 현존감을 확장시켜준다고 할 수 있다.
가상현실세계는 오프라인 공간과 온라인 공간이 밀접하게 상호 연계되는 상황을 장자가 제물론에서 말한 ‘호접지몽’에 비유할 수 있다. 나비가 장주인지 장주가 나비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을 만치의 세상이듯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것을 이분법적인 독립된 공간으로 여기지 않고 이 두 공간이 융합하여 결국에는 구별하는 것 그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다.
가상현실세계에서의 정체성의 표현이란 한마디로 숨겨진 그림찾기와도 같은 자신 안에 감춰진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찾아내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오프라인의 정체성으로 포장되어 만족할 수 없었고 드러낼 수 없었던 내면의 욕구를 분출하고, 오프라인 경험의 연장선으로 물리적 공간과시간의 제약과 사회적, 문화적인 한계성으로 할 수 없었던 경험을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오프라인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온라인정체성을 재구성하는 경우도 있고, 가상공간에서의 정체성과 경험이 역으로 오프라인 공간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생긴다.
지금은 일상생활에서의 일탈과 같은 느낌으로 새로운 삶, 또 다른 삶을 사는 것처럼 가상현실세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어쩌면 이 공간 속의 아바타가 곧 나 자신을 대체해주는 또 다른 내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론>
‘만약 필자가 현실을 떠나 가상현실에서만 삶을 영위하고자 한다면 포스트 모더니즘적 사고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변화하지 않는 세상은 의미가 없으므로 뉴 에이지를 위한 진보적인 사고를 가져야만 한다. 교통 체증을 줄이기 위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이동할 기회를 제한시켜야만 한다. 혹자는 버스 요금을 올린다든지 아니면 기름값과 자동차 세금을 올려, 유동 인구를 제한해야 한다는 일차원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해결책은 사람들로 하여금 집밖으로 나갈 이유를 제거해 버리는 것이다. 가상현실은 이런 유토피아 개념을 가능하게 만들 유일한 패러다임이다. 이것은 인류의 삶을 더욱 매혹적이며 가치있는 터전으로 변모시킬 것이다.’
1996년 터클이 꿈꾸던 가상현실세계이다. 그때당시 유토피아를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패러다임으로 평가받았고, 약 20년이 지난 지금 실제로 체험이 가능하고, 많은 사람들에 게 보급되고 있을 정도로 빠르게 구현되어졌다. 하지만, 빠른 개발에 비해 아직까지 명확한 법규가 세워져있지 않고, 사람들의 무질서와 상업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욕망의 문명으로 인하여 가상현실세계가 오염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과학과 달리 인문학은 이미 결론이 나있는 학문이라고 주장한다. 과학의 경우 예를들면 현미경이 발전하여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매우 미세한 입자를 발견하게 되면 여태까지의 이론은 변화한다. 반면 인문학 이론은 오랜 기간동안 세계적으로 연구가 지속된 학문이고 2000년 전의 공자, 석가, 예수로부터 현대사회까지 ‘양심’의 진선미를 인문학의 결론이라고 내세운다. 즉, 인간이 어떻게 살았을 때 가장 잘 살았는지, 인간미가 넘치는 인간답게 사는지, 내가 잘못살고 있지는 않은지를 알려주는 학문인 것이다.
앞으로도 가상현실세계가 계속되는 욕망의 문명으로 지속된다면 그곳은 더 이상 인간미가 없는 사람들이 될 것이고, 기계와 다를바 없는 NPC가 되어버릴 것이다. 따라서, 가상현실세계를 오프라인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수용하여 인문학을 통해 이기적인 욕망의 문명이 아닌 타인을 배려하는 양심문명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가상의 공간이지만 인간미가 존재하고 인간의 온정이 넘쳐흐르는 공간이 되어 비로소 가상이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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