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2015년 여름, 새로운 운영체제인 ‘윈도우10’을 출시한다. MS는 모바일 시대에 제때 적응하지 못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고, 그 여파는 ‘윈도우8’ PC로 이어졌다. 태블릿과 PC의 애매한 경계에서 줄타기하던 윈도우8은 결국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평가를 받게 됐다.
MS는 새 윈도우를 개발하며 코드명을 ‘스레시홀드’(threshold)로 정했다. 우리말로 ‘문턱’이라는 뜻이다. 새로운 ‘창문’을 위한 ‘문턱’을 넘어야 한다고 해석해야 할까? 새 윈도우10은 출시 전부터 ‘시작’ 버튼의 귀환과 무료 업그레이드 정책으로 이용자들의 시선을 잡아 끈다. 개발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2년 윈도우8이 등장한 이후 ‘시작’ 버튼은 끊임없이 논란을 낳아 왔다. ‘윈도우95’ 이후 늘 그 그 자리에 있던 ‘시작’ 버튼이 윈도우8부터 사라졌기 때문이다. 바뀐 이용자경험(UX)과 관계없이 윈도우8이 좋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적지 않은 이용자가 사라진 ‘시작’ 버튼에 대한 불만을 늘어놨다.
윈도우8은 태블릿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컴퓨팅 환경이 완전히 뒤바뀌던 때 만들어진 운영체제다. MS로서는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시장을 잠식하고, 아이패드라는 새로운 기기가 넷북부터 PC의 영역을 넘어오기 시작하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윈도우8을 내놓던 MS의 과감한 결정은 윈도우, 즉 ‘창’을 버리는 것이었다. ‘시작’ 버튼도 사라졌다. 앱은 전체화면으로 실행되도록 했고, 시작 메뉴는 목록 대신 큼직한 앱 아이콘으로 바뀌었다. 윈도우8은 완전히 새로운 운영체제였다.
물론 그 판단의 명분은 ‘시작’ 버튼의 자연스러운 퇴화였다. MS는 사용 데이터를 수집해보니 의외로 이용자들이 ‘시작’ 버튼을 쓰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 대신 단축 아이콘을 더 많이 쓴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작 메뉴는 바탕화면에 깔리는 단축 아이콘을 고도화하는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의외로 ‘시작’ 버튼의 ‘안정감’을 원했고, 윈도우8로 넘어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결국 ‘윈도우8.1’에 ‘시작’ 버튼이 되돌아오긴 했지만, 이용자들이 원했던 건 단순히 버튼 문제는 아니었다. 윈도우10은 ‘시작’ 버튼, 그리고 시작 메뉴가 되돌아오는 것에서 시작한다.
윈도우10은 사실상 윈도우8 이전의 운영체제의 UX로 돌아갔다. 윈도우의 기본은 낯선 시작 화면이 아니라 데스크톱, 바탕화면이다. ‘시작’ 버튼이 원래 자리로 되돌아 왔고, 이를 누르면 화면이 전환되던 윈도우8, 8.1과 달리 메뉴 화면이 열린다.
하지만 구성은 조금 다르다. 앱을 목록 형태로 찾을 수 있게 한 것은 기존 시작 메뉴와 비슷하지만 ‘메트로’로 부르는 앱 아이콘들을 시작 메뉴 옆으로 배치한 점은 새롭다. 물론 아직 개발자를 위한 프리뷰 버전이기 때문에 디자인은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10074 빌드에서도 디자인이 살짝 바뀌긴 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목표는 이전 ‘윈도우7’과 이질감은 줄이면서 새로운 앱 형태를 녹여내는 데 있다.
화면 구석에서 안쪽으로 쓸어넘기는 메뉴에도 변화가 생겼다. 윈도우8은 ‘시작’ 버튼 만큼이나 창 최소화, 종료 버튼에 인색했다. 이를 쓸어넘기는 제스처로 대체하고 디자인을 깔끔하게 다듬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이용자들로부터 거부감을 샀다. 윈도우10은 버튼들을 원래 자리로 되돌려놨고, ‘참’바 대신 알림센터를 넣었다. 메시지를 한자리에 모으고, 자주 쓰는 하드웨어 제어 버튼을 모아놓은 것이다.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시작’ 버튼에 ‘종료’ 단추도 생겼다. 이제 PC를 끌 수 있게 됐다.
윈도우10을 UX만으로 보면 윈도우8과 8.1의 부진을 되돌려놓은 것처럼 볼 수도 있다. 아니라고 딱 잘라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윈도우10이 바라보는 방향은 결국 윈도우8에서 하려던 것을 다시 매만진 것에 가깝다.
먼저 앱 생태계다. 윈도우8은 기존 데스크톱 응용프로그램 외에 전혀 새로운 형태의 윈도우 앱을 한 운영체제 안에 섞었다. 이는 앱 개발자도, 이용자도 혼란스럽게 했다. 당장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2개 들어갔고, 에버노트 같은 응용프로그램도 2가지 형태의 앱을 내놓았다. 결국 윈도우 앱이 외면받는 수순으로 들어가고 있는 게 요즘 분위기다.
윈도우10은 윈도우 앱을 전체화면이 아니라 창으로 띄운다. 이용자 입장에선 디자인 언어는 달라도 데스크톱 앱과 경험은 다르지 않다. 창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고, 전체화면 모드도 된다. 2가지 앱이 자연스럽게 한 운영체제에 녹아들어간 것이다. 이용자로서는 앱 선택의 혼란이 줄어들었다. 메트로 스타일의 윈도우 앱 디자인은 시각적으로 깔끔하고 가벼운 느낌을 주기에, 앱 생태계도 자연스럽게 윈도우 앱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운영체제의 뿌리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제까지의 윈도우는 새 버전이 나오면 혹독한 ‘커널과의 전쟁’을 벌여야 했다. 응용프로그램은 커널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커널 버전과 커널의 정책, 특성이 매우 중요했다. 윈도우10은 커널 버전을 10으로 올리긴 했지만, 그 위에 일종의 가상 플랫폼인 UAP(Universal Application Platform)를 하나 더 두고 다시 그 위에서 응용 프로그램을 돌리는 구조를 채택했다.
앱 개발자 입장에서는 커널을 신경 쓸 필요 없이 UAP에만 맞추면 된다. 자바의 가상머신이나 안드로이드의 구글플레이 서비스와 비슷한 방식이다. 앱은 UAP 표준에만 맞추면 그 밑의 커널 변화에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MS로서도 앞으로 운영체제 형태를 바꾸거나 새로운 형태의 기기에 윈도우를 올려도 UAP만 맞추면 기존 앱을 모두 끌고 갈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이 UAP 덕분에 윈도우10은 MS가 준비하는 거의 모든 형태의 플랫폼에 다 올라가게 된다. PC뿐 아니라 윈도우폰, X박스 게임기, 그리고 사물인터넷을 위한 임베디드 기기까지 모두 하나의 윈도우 커널과 UAP로 정리된다. 현재 계획상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한 가지 앱이 모든 윈도우10 기기에서 작동한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3년 안에 윈도우10이 10억대의 기기에 깔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숫자는 단순히 윈도우의 판매 숫자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광고를 뿌릴 수 있는 판이 10억개라고 해석해야 한다. ‘10억대의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단순히 10억대를 깔고 끝나는게 아니라, 10억대의 저마다 다른 윈도우 기기들이 조화롭게 섞일 수 있어야 한다.MS는 서로 다른 크기의 디스플레이에서 앱이 어색하게 보이지 않도록 ‘유니버셜 앱 디자인 가이드’도 제공한다. 하지만 모든 앱이 꼭 모든 윈도우 기기에서 작동하도록 할 필요는 없다. 이는 앱을 배포하는 윈도우 스토어에서 판단하도록 한다. 앱 개발자는 기기의 종류나 화면 크기에 따라 기기를 선택해서 장터에 내놓을 수 있다. 결국PC용, 스마트폰용, 게임기용 스토어로 나뉘는 게 아니라 모든 앱이 하나의 윈도우 스토어에 등록되고, 앱도 한 가지만 등록된다.
MS는 ‘원 윈도우’를 내세운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 2015’를 통해 “하나로 통합된 운영체제는 윈도우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제 윈도우는 특정 기기를 가르는 운영체제가 아니라 플랫폼으로, 어떤 기기에든 이 운영체제를 올리는 것으로 윈도우 스토어 기반의 앱 환경을 가져간다는 전략이다.
윈도우10의 무료 업데이트 전략이 화제가 되면서 MS의 수익 구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결국 플랫폼 전략이 성공한다면 단순히 윈도우를 판매하는 것보다 더 큰 비즈니스 모델을 기대할 수 있다.
윈도우의 공격적인 생태계 전략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윈도우10은 iOS와 안드로이드용 앱을 끌어안는다. 다른 플랫폼의 앱을 그대로 가져와 에뮬레이터처럼 띄우는 게 아니라, 윈도우용으로 포팅이 쉽도록 했다. 안드로이드, iOS 개발자들은 소스코드를 크게 건드리지 않고도 윈도우용 앱을 한 벌 더 만들 수 있게 됐다.
웹 기반의 하이브리드 앱 개발도 쉽다. 특히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대체하는 새 웹브라우저 ‘엣지’가 나오면서 더 강력한 웹앱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엣지 엔진은 웹페이지가 안전하게 하드웨어에 접근할 수 있는 API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HTML5를 이용한 앱 코딩을 할 수 있다. 웹에서 직접 그래픽카드에 접근하고 게임 콘트롤러를 제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엣지는 그 동안 ‘프로젝트 스파르탄’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되다가, 이번에 정식으로 새 이름을 얻게 됐다. 엣지는 원래 스파르탄의 엔진 이름이었다. 이 새 웹브라우저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오명과 단절하고, 웹 표준과HTML5에 중점을 둔 웹브라우저다. 웹표준과 속도를 모두 잡으려는 전략이 담겨 있다.
출처 : 최호섭 블로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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