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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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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 물건을 인쇄한다? 3차원 설계도를 보고<br />입체적인 물건을 인쇄하는 프린터

3차원 인쇄 회사 메이커봇의 씽오매틱이 인쇄하는 모습.<출처: 씽오매틱>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한 물건을 그 자리에서 만들어 받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사진이나 악보를 구입해 프린터로 인쇄하듯이 자전거나 그릇, 신발, 장난감, 의자 같은 상품의 설계도를 내려 받아 3차원으로 인쇄하는 것이다. 바로 3차원 프린터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프린터란 모니터에 나타난 글자와 그림을 종이에 그리는 기계였다. 글이나 사진 파일을 펴놓고 ‘인쇄’ 버튼을 누르면 종이에 똑같이 그려내듯이 3차원 프린터는 특정 소프트웨어로 그린 3차원 설계도를 보고 입체적인 물건을 인쇄한다. 놀랍게도 이 진기한 기계는 이미 서른 살이 훨씬 넘었다. 1980년대 초반, 미국 3D시스템즈사는 플라스틱 액체를 굳혀 물건을 만드는 프린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무엇이든 만들어 내는 산타클로스 머신

원래 3차원 프린터를 만든 목적은 상품을 내놓기 전 시제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값싸고 성형하기 쉬운 재료로 똑같이 생긴 시제품을 만들면 실제 상품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볼펜 공장을 떠올려보자. 상품화 전에 제품의 문제점을 발견하면 이것을 수정하고, 문제점이 해결됐는지 다시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평가할 때마다 실제 볼펜을 만들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볼펜과 똑같이 생긴 시제품을 직접 쥐고 버튼을 누르고 종이에 그어보면서 잡기 편한지, 심이 제대로 나오는지, 잉크는 제대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예전부터 대기업과 공장에서는 3차원 프린터를 사용했다. 특히 건설업계나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는 처음부터 3차원 설계를 하기 때문에, 시제품을 인쇄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일반 기계는 동일한 물건을 여러 번 ‘찍어내지만’ 3차원 프린터는 매번 색다른 디자인의 물건을 인쇄한다. 버튼 한 번 누를 때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 태어난다. 영국 워릭대에서 3차원 프린터를 연구하고 있는 크리스 라이얼 교수는 “3차원 프린터는 한 마디로 ‘산타클로스 머신’ ”이라며 “지금의 프린터처럼 집집마다 1대씩 갖게 되는 날이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국 미들섹스대에서 3차원으로 인쇄한 비디오 카메라. 재료가 가볍고 헬리콥터처럼 생겨서 공중을 날아다닐 수 있다. <출처: 미들섹스대>

영국의 유명한 3차원 프린터 회사인 씽랩이 만든 MP3 플레이어. 배터리와 전자부품을 제외한 몸체를 한 번에 인쇄했다. <출처: ThingLab>

종이보다 얇은 층 쌓거나 둥근 날로 깎아

3D 프린터의 조형 모습. <출처: (CC)Shaili Chibba at wikipedia.org>


3차원 프린터는 어떤 원리로 물건을 인쇄할까. 3차원 프린터는 입체적으로 그려진 물건을 마치 미분하듯이 가로로 1만 개 이상 잘게 잘라 분석한다. 그리고 아주 얇은 막(레이어)을 한 층씩 쌓아 물건의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완성한다(쾌속조형 방식). 잉크젯프린터가 빨강, 파랑, 노랑 세 가지 잉크를 조합해 다양한 색상을 만드는 것처럼 3차원 프린터는 설계에 따라 레이어를 넓거나 좁게, 위치를 조절해 쌓아 올린다. 지금까지 개발된 3차원 프린터는 1시간당 높이 2.8cm를 쌓아 올린다. 레이어의 두께는 약 0.01~0.08mm로 종이 한 장보다도 얇다. 쾌속조형 방식으로 인쇄한 물건은 맨눈에는 곡선처럼 보이는 부분도 현미경으로 보면 계단처럼 들쭉날쭉하다. 그래서 레이어가 얇으면 얇을수록 물건이 더 정교해진다.

3차원 프린터에 들어가는 재료는 주로 가루(파우더)와 액체, 실의 형태다. 가루와 액체, 그리고 녹인 실은 아주 미세한 한 겹(레이어)으로 굳힌다. 이 겹들을 무수히 쌓아 올려 물건을 만드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빛깔의 컵을 만들려면 먼저 보라색 레이어를 여러 겹 쌓아 둥근 바닥을 완성하고 남색부터 빨간색까지 벽을 쌓아 올린다. 이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나일론이나 석회를 미세하게 빻은 가루를 용기에 가득 채운 뒤 그 위에 프린터 헤드가 지나가면서 접착제를 뿌리는 것이다. 가루가 엉겨 붙어 굳으면 레이어 한 층이 된다. 레이어는 가루 속에 묻히면서 표면이 가루로 얇게 덮인다. 다시 프린터 헤드는 그 위로 접착제를 뿌려 두 번째 레이어를 만든다. 설계도에 따라 이 동작을 무수히 반복하면 레이어 수만 층이 쌓여 물건이 완성된다. 인쇄가 끝나면 프린터는 가루에 묻혀 있는 완성품을 꺼내 경화제에 담갔다가 5~10분 정도 말린다.

액체 재료로 인쇄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3차원 프린터에 들어가는 액체 재료는 빛을 받으면 고체로 굳어지는 플라스틱이다(광경화성 플라스틱). 액체 재료가 담긴 용기 위에 프린터 헤드는 설계도에 따라 빛(자외선)으로 원하는 모양을 그린다. 빛을 받으면 액체 표면이 굳어 레이어가 된다. 첫 번째 레이어는 액체 속에 살짝 잠기고 그 위로 다시 프린터 헤드가 지나가면서 두 번째 레이어를 만든다. 액체에 잠기는 과정에서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레이어마다 지지대를 달아준다. 마지막에는 완성품을 액체에서 꺼내면 된다. 3차원 프린터에 들어가는 실은 플라스틱을 길게 뽑아낸 것이다. 실타래처럼 둘둘 말아놨다가 한 줄을 뽑아 프린터 헤드에 달린 노즐로 내보낸다. 이때 순간적으로 강한 열(700~800℃)을 가해 플라스틱 실을 녹인다. 프린터 헤드가 실을 녹이면서 그림을 그리면 상온에서 굳어 레이어가 된다.

한 겹씩 쌓아 올리는 대신 커다란 덩어리를 둥근 날로 깎아 물건을 인쇄하는 프린터도 있다(컴퓨터 수치제어 조각방식). 쾌속조형방식에 비해 곡선 부분이 매끄럽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컵처럼 안쪽으로 들어간 모양(언더컷)은 날이 안쪽까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만들기 어렵다. 한 덩어리에서 물건 하나가 나와 단색이라는 한계도 있다. 그래서 모양이 복잡하고 알록달록한 물건은 쾌속조형방식으로만 인쇄할 수 있다.

3D 프린터의 원리.

조립이 필요 없는 맞춤형 자전거

에어버스의 자회사인 EADS에서 나일론 가루로 만든 에어바이크. 3차원 프린터를 이용해 별다른 조립 없이 한 번에 인쇄했다. 페달을 밟으면 일반 자전거처럼 바퀴가 굴러간다. <출처: EADS>

미국 뉴저지주립대의 스테판 댄포스 박사는 “손으로 만들기 어렵거나, 어딘가를 끊었다가 꼬아서 붙여야 하는 복잡한 모양도 한 번에 인쇄할 수 있다”면서 “3차원 프린터로 만들 수 있는 물건은 사실상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항공방위산업체(EADS)는 3차원 프린터로 자전거를 인쇄해 ‘에어바이크’라고 이름 지었다(자회사인 에어버스에서 따왔다). 에어바이크가 특별한 이유는 바퀴와 페달, 안장, 몸체를 따로 만들어 조립한 것이 아니라 자전거 한 대를 완성품으로 인쇄했기 때문이다. 인쇄한 직후 페달을 밟으면 바퀴가 굴러가며, 조립한 것이 아니므로 정기적인 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에어바이크는 나일론 가루를 붙인 레이어를 겹겹이 쌓아 인쇄했다. 강철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기존 자전거보다 약 40%나 가볍다. 가장 매력적인 점은 3차원 설계를 수정하면 내 체형과 기호에 맞게 안장 높이와 바퀴 크기, 색깔과 디자인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맞춤형 자전거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3차원 프린터를 이용하면 기존에 복잡했던 제작과정을 줄여 효율적인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지난해 7월 말 영국 사우스햄튼대에서 인쇄한 비행기(SULSA)는 알루미늄 조각을 퀼트처럼 이어 붙여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었다. 비행기의 날개는 공기마찰을 줄이고 양력을 받기에 적합한 타원형 모양으로 만든다. 하지만 이 모양은 한 번에 만들 수가 없어 여러 조각을 하나하나 이어야 했다. 연구팀은 3차원 프린터로 나일론 가루를 쌓아 비행기를 인쇄한 뒤 레이저로 살짝 수정했다. 완성된 비행기는 배터리와 엔진을 달고 최고 시속 160km로 날았다. 에어바이크를 만든 EADS 전문가들은 사람이 탈 수 있는 여객기를 한 번에 인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영국 사우스햄튼대 과학자들이 2012년 7월에 공개한 무인비행기. 3차원 프린터로 나일론 가루를 쌓아 만들어 레이저로 살짝 수정한 것이다. <출처: 사우스햄튼대>

사람 살리는 3차원 프린터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의대 성형외과에서는 100시간 가까이 걸리는 샴쌍둥이 분리수술을 22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마쳤다. 일등공신은 바로 3차원 프린터였다. 집도의였던 헨리 가와모토 교수는 샴쌍둥이가 붙어 있는 부분을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찍은 뒤 3차원으로 인쇄했다. 인쇄물에는 두 아기의 내장과 뼈가 마치 진짜처럼 세세히 나타나 있었다. 그는 내장과 뼈가 다치지 않도록 인쇄물을 자르는 예행연습을 했다. 이 덕분에 당황하지 않고 실제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최근 3차원 프린터를 갖춘 병원이 늘고 있다. 오래전부터 MRI나 컴퓨터 단층촬영(CT) 같은 영상장비를 사용해 이미 3차원 영상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3차원 인쇄물을 보면 영상으로 볼 때보다 뼈와 장기가 어떤 모양으로 얼마나 손상됐는지 이해하기 쉽다.

벨기에의 의료보조기 제조회사인 ACMI에서 3차원 프린터로 인쇄한 골반 뼈. 환자의 몸을 3차원으로 찍은 뒤 보형물을 만들면, 환자에게 꼭 맞게 이식할 수 있다.

인공 치아(임플란트)나 인공관절 같은 보형물을 심으려면, 뼈에 공간을 마련하고 거기에 딱 맞는 보형물을 맞춰야 한다. 보형물이 너무 크면 다시 깎아야 하고 너무 작으면 보조물을 덧대 보완해야 했다. 환자의 몸에 100% 딱 맞는 보형물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3차원으로 뼈 모형을 인쇄하고 뼈 사이에 있는 공간을 거푸집으로 삼으면 효율적인 보형물을 만들 수 있다. 현재 전문가들은 레이저를 쏘면 녹았다가 상온에서 굳는 타이타늄 파우더로 인체 보형물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캐나다 맥길대 제이크 바라렛 교수팀은 2007년 시멘트 가루에 산을 뿌려 ‘인공 뼈’를 인쇄하는 데 성공했다. 작은 숨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실제 뼈와 흡사하다. 그들은 인공뼈에 혈액을 공급하는 기술을 완성해 가까운 미래에 상용화할 예정이다.

줄기세포를 층층이 쌓아올려 ‘살아 있는 장기’를 만들겠다는 발칙한 연구를 하는 과학자도 있다. 미국 미주리대 생물물리학자인 가보 포르가츠 박사는 200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실험생물학회에서 “지름이 수백 ㎛(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인 세포를 겹겹이 쌓아 압축하면 심장이나 간을 만들 수 있다”고 발표했다. 포스텍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팀도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다. 3차원 구조물을 설계한 뒤 줄기세포와 세포영양분을 쌓아 장기를 만드는 것이다.

일본 도야마 국립대 나카무라 마코토 교수는 살아 있는 세포를 3차원 프린터로 쌓는 데 이미 성공했다. 그는 “장기를 수평으로 얇게 저며 층마다 세포가 어떻게 배열돼 있는지 분석한 뒤 그 정보에 맞춰 알맞은 세포를 쌓으면 장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병원마다 X선 촬영이나 CT를 담당하는 방사선사가 있는 것처럼, 미래에는 ‘3차원 프린팅 기사’라는 직업이 존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재료가 다양하면 무엇이든 인쇄할 수 있어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밀가루와 설탕, 초콜릿으로 과자를 쌓거나, 실과 바늘이 없이도 복잡한 패턴을 자랑하는 옷을 짓거나, 여러 약품을 적절하게 섞어 알약 한 알로 압축하거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초콜릿 음료가 처음부터 머그컵에 담겨 나오는 등 즐거운 마법을 실현시키고 있다. 물론 이 모든 일은 인쇄 버튼만 누르면 이뤄진다. 매일 아침마다 세상에 하나뿐인 옷을 입고 내 입맛에 딱 맞는 과자와 기이한 모양의 컵에 담긴 모닝커피를 즐길 수 있는 미래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가정마다 3차원 프린터를 한 대씩 갖게 될’ 그 날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출처 : 이지희 과학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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